가금산업에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병원체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충, 기생충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 병원체를 나누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세포의 구성, 병원체의 크기, 증식의 방법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조에티스(주) 양계기술매니저 정승환 수의사

가금산업에 존재하는 다양한 전염성 병원체의 생물학적 구분

예를 들어 바이러스(Virus)는 크기가 매우 작은(20〜350nm) 세포가 없는 무세포구조로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증식이 가능한 생명체를 지칭한다. 이러한 분류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되며 아래 표1은 가금산업에서 전염성 병원체로 작용할 수 있는 생명체들을 위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것이다.

표1의 분류에서 본 원고의 주제인 대장균(E. Coli)이 속하는 세균의 특성을 보면 다른 병원체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크고, 자체 증식이 가능하며 인공배지에서 생존할 수 있고 항생제에 의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를 분류할 때는 ; “Kingdom(계) 〉 Phylum(문) 〉 Class(강) 〉 Order(목) 〉 Family(과) 〉 Genus (속) 〉 Species(종) 〉 Sub-species(아종)”의 분류에 따르게 되는데 세균은 다른 생명체와 동일한 강(Class)에 속하지만 목(Order) 단계에서부터 다른 생명체와 구분되어 진정세균 목(Eubacteriales)으로 구분된다. 이후 각 세균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13개의 과(Family)로 구분되며 대장균의 경우 Enterobacteriaceae과에 속하는 세균으로 Escherichia속, Coli 종에 해당하는 세균의 그룹을 뜻한다. 다른 예로 부화장 오염 또는 음수 오염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는 슈도모나스균의 경우 pseudomonaceae과 Pseudomonas속 Aeruginosa종에 속하고, 포도상구균의 경우 Micrococcaceae과 Staphylococcus속, Aureus종에 속한다.

가금산업에서 세균성 질병과 세균의 특징

가금산업에서 세균성 질병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지루(Bumble feet), 화농성 관절염 등을 유발하는 포도상구균, 마찬가지로 화농성 염증을 유발하는 연쇄상구균, 괴사성장염 및 괴저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디움균(Clostridium perfringens), 가금콜레라를 유발하는 파스튜렐라균(Pasteurella multocida), 전염성코라이자를 일으키는 해모필러스균(Hamophilus), 대장균 감염증을 유발하는 대장균(E. Coli), 다양한 살모넬라증을 유발하는 가금티푸스균(Salmonella Gallinarum), 추백리균(S. Pullorum), 파라티푸스균(S. Enteritidis 및 S. Typhimurium), 화농성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테우스(Proteus) 및 슈도모나스균(Pseudomonas) 등이 있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의 발현은 감염된 세균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기전에 의해 유발되지만 아래의 4가지가 주요한 병리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1) 내독소(Endotoxin)의 생산으로 인한 병증

2) 외독소(Exotoxin)의 생산으로 인한 병증

3)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Enzyme)로 인한 병증

4) 세균의 증식 자체로 인한 조직 및 기관 손상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세균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하면 동일한 "목(Order)”에 속하지만 여러 가지 특성에 의거해서 13개의 서로 다른 "과(Family)”로 분류되고 이후 다른 “속(Genus)”, "종(Species)”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구분은 생물 계통학적인 분류이며 임상적인 의미를 가지는 진단적인 분류 측면에서 보면 세균은 크게 아래의 3가지 기준에 의해 분류된다.

첫 번째는 형태학적 분류(Morphology)이다. 형태학적 분류는 말 그대로 세균이 어떻게 생겼느냐를 기준으로 하며 둥근 형태를 띠는 세균은 구균, 곤봉형의 긴 형태를 띠는 세균은 간균으로 표현한다.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대표적인 구균이고, 클로스트리디움균, 바실러스균, 대장균 등은 간균에 속한다.

세균을 구분하는 두 번째 기준은 선호하는 증식 환경에 대한 것으로 생명체 증식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요소 중 하나인 산소를 해당 세균이 생존 및 증식에 필요로 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먼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증식이 활발한 세균은 혐기성 세균(Anaerobic bacteria)이라고 부르고, 산소의 존재와 상관없이 증식이 가능한 세균은 통성 혐기성 세균(Facultative anaerobic bacteria)이라고 부르는데 포도상구균, 대장균, 살모넬라 등 가금산업에서 문제시 되는 대부분의 세균은 통성 혐기성 세균에 해당한다. 산소가 없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세균은 편성 혐기성 세균(Obligate anaerobic bacteria) 이라고 부르며 괴사성장염 유발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균이 대표적인 편성 혐기성 세균이다. 반대로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생육, 번식하는 세균은 호기성 세균(Aerobic bacteria)이라고 부르는데 호기성 세균은 산소호흡(산소를 이용한 대사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생존과 증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산소를 필요로 한다. 호기성 세균도 혐기성 세균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만 증식을 하는 편성 호기성 세균(Obligate aerobic bacteria)과 통성 호기성 세균(Facultative aerobic bacteria)으로 나뉘며 통성 호기성 세균의 경우 통성 혐기성 세균과 특성이 동일하므로 구분하지 않고 통성 혐기성 세균으로 표현 한다.

위에서 설명한 증식 환경에 따른 분류는 실험실적 증식환경인 배지와 배양조건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함과 동시에 각각 세균의 병리기전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예를 들면 괴사성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균(Cl. perfringens)은 대표적인 편성 혐기성 세균이므로 산소가 존재하는 정상적인 장관 환경에서 클로스트리디움균은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콕시듐 원충의 감염, 소화율이 낮은 사료의 급이 등의 요인으로 인해 장관 환경이 산소가 부족한 상황으로 변화하면 클로스트리디움균은 급격히 숫자가 늘어나고 증식된 세균 집락에서 생산된 독소가 장관벽을 손상시키면 괴사성장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세균을 구분하는 세 번째 주요한 기준은 그람 염색(Gram Staining)에 의한 염색 양상이다. 그람 염색법은 1884년 덴마크의 과학자인 그람(Hans Christian Gram) 박사에 의해 고안된 방법으로 최초에는 특정 세균(Typhus bacillus)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했으나 이후 다양한 세균에 적용되고 세균의 분류에서 가장 큰 특징인 세포벽의 구조에 따라 그람 염색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되면서 가장 중요한 세균 분류 기준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그람 염색에 의해 염색되는 세균은 현미경 관찰시 보라색으로 보이며 그람 양성균(Gram positive bacteria)이라고 부르고, 염색이 되지 않는 세균은 붉은색으로 보이면 그람 음성균(Gram negative bacteria)이라고 부른다.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클로스트리디움균, 바실러스균 등은 그람 양성균에 속하고 이 외에 대부분의 세균(파스튜렐라균, 해모필러스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슈도모나스균 등)은 그람 음성균에 속한다.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의 염색 양상을 구분 짓는 것은 세포벽의 구성 성분 중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의 비율이다. 단단한 구조물인 펩티도글리칸이 세포벽에 많은 경우 그람 양성균의 특성을 보이는 반면 그람 음성의 특징을 보이는 세균은, 펩티도글리칸층은 얇은 반면 인지질층(Phospholipid layer), 리포-폴리사카라이드(Lipo-polysaccharide) 둥이 두텁게 분포한다. 임상적 의미에서 그람 양성균과 그람 음성균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그람 양성균은 항생제 등 약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고 독소가 쉽게 파괴되는 특성을 가지는 반면 그람 음성균은 일부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계면활성제 등의 소독제에 대한 저항성 역시 강한 편이다. 또한 그람 음성균이 생산한 독소는 쉽게 파괴되지 않고 불활화시킨 세균에 의한 면역원성도 약해서 사독백신의 제조가 어려운 편이고 리포-폴리사카라이드로 인한 불활화 백신 부작용(염증 등)도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계연구 201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