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는 대부분의 조류종이 감수성이 있으며, 심지어 일부 포유류도 감수성이 있다. 바이러스의 병원성은 조류종, 바이러스 타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닭에서의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 AI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직간접 접촉전파에 의해 질병전파가 이루어지나 수직전염(특히 HPAI 바이러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여기서는 AI의 숙주동물, 전파방식, 잠복기 등에 대한 궁금한 사항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한다.”
숙주동물의 범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야생조류 및 가금동물(특히 수생조류) 등 다양한 조류종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사례 일부의 경우 야생 육상조류에서도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감염 야생조류는 바이러스 전염원으로서 주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의 전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AI 바이러스는 약 90여종 야생 조류종에서 분리되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주요 감수성 조류 목(Order)으로는 기러기목(오리, 거위, 백조류), 물떼새목(예, 갈매기 등 바다새류), 황새목(왜가리, 따오기 등), 비둘기목, 매목(육식조류), 순계목(자고새, 꿩), 아비새목(아비새), 두루미목(쇠물닭), 참새목(찌르레기, 되새류, 위버 등), 사다새목(가마우지), 딱따구리목(딱따구리), 논병아리목(논병아리), 슴새목(슴새) 등이 있다. 이들 감수성 조류는 전체 조류종의 61%에 해당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을 뿐이지 실제 이 보다 더 많은 조류종이 감수성이 있을 것이다.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광동바이러스를 제외한 바이러스 대부분은 야생조류에서 임상증상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다.
농장가금, 계류조류, 애완조류, 관상조류 등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류 사육체계에서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는 앵무목(앵무새류와 잉꼬), 화식조목(에뮤), 주금류(타조), 레아목(레아), 가금 순계목과 기러기목 대부분 등에서 보고되었다. 이 중 가금 순계목과 기러기목 감수성 조류종으로는 닭, 칠면조, 메추리, 호로새, 꿩, 자고새, 기러기, 오리, 모스코비 오리 등이 있다. 앵무새류는 아마도 야생에서 포획한 이후 계류 중 다른 조류종과 혼사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찌르레기와 참새류는 가금 농장에서의 HPAI 발생과 관련되어 있다. 즉 이들 참새류는 인근 발생 농장의 감염 가금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다. 동물 실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들 감염 참새는 다시 가금으로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 바이러스는 밍크, 바다표범, 고래류에 감염시 호흡기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호랑이, 표범, 개, 고양이, 사향고양이, 돼지 등에서의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한 간헐적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들 사례 대부분은 감염 조류를 섭취하거나 직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인체 감염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고, 혈청학적 항체 검사를 통해 조사할 경우 실제 감염사례는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실험 결과에 의하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일부는 돼지, 페렛, 랫트, 토끼, 기니피그, 마우스, 개, 여우, 고양이, 밍크, 영장류 동물과 사람 등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 전파와 보독(保毒) 동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계, 소화기계, 비뇨기계, 생식기계 등 다양한 내부 장기들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감염 조류의 콧구멍, 입, 눈 결막, 총배설강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환경으로 배출된다. 심지어 HPAI 바이러스는 깃털, 깃털모낭, 분비선(꼬리샘 등)과 같은 표피조직 등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배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닭에서의 병원성을 기준으로 고병원성 및 저병원성 바이러스로 구분하며, 병원성에 따라 감염 조류에서 바이러스 배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비강 내 바이러스를 접종한 닭(3~4주령)에서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HPAI 바이러스는 분변보다 구강으로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즉 바이러스 배출량은 구강의 경우 104.2~107.7EID50/ml, 분변(총배설강)의 경우 102.5〜104.5EID50/g 수준이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바이러스 배출량은 구강의 경우 101.1~105.5EID50/ml, 분변(총배설강)의 경우 101~104.3EID50/g 수준으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비해 바이러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고병원성 바이러스 감염 조류의 조직 내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있기 때문에 포식을 통한 사체 섭취 또는 카니발리즘(항문쪼기) 등을 통하며 감수성 조류로 전염시킬 수 있다. 근육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량은 바이러스 스트레인, 조류종, 임상 증상 등에 따라 다양하다. 1983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발생한 H5N2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닭고기 1g당 102.2~103.2EID50 수준의 바이러스가 근육에서 검출되었지만, 2003년 한국에서 발생한 H5N1 HPAI의 경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바이러스(근육 1g당 105.5~108.0EID50)가 검출되었다. H5N1 중국 광동 HPAI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오리의 병증 정도에 따라 근육 내 바이러스량이 다양하다. 즉 무증상 감염 오리의 경우 근육 1g당 102.0~103.4EID50, 증상을 보이는 감염오리의 경우 근육 1g당 104~106EID50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 조류와의 직접 접촉 또는 비밀 감염이나 오염 도구와의 간접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감염 조류의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호흡기 비말은 농장 계군 내 질병 전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바이러스 농도는 낮지만 배출량이 엄청나게 많은 계분은 장비, 사람 등을 통한 농장간, 계군간, 기계적 전파의 주된 오염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신발, 의복), 공동 장비, 재래시장 등에 의해서 다른 농장이나 장소로 쉽게 전파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종 개체에서 다양한 정도로 적응을 보이며, 그 조류종 내 개체간 전염이 빈번하고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닭, 칠면조, 뿔닭, 메추리 같은 유전적 근연관계가 가까운 순계목의 조류종간 종간 질병 전파도 일어날 수 있다. 야생 오리(기러기목)에서 칠면조(순계목)로의 질병 전파 등 같은 강(Class)의 다른 조류 목(Order) 간에도 종간 질병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동일 목내 다른 종간 질병 전파보다는 발생 빈도는 적다. 닭에서 사람으로의 질병 전파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것처럼 다른 강(Class) 간, 종간 질병 전파는 매우 드물다. 이와 같은 법칙(종 간 장벽)에서 예외적인 사례는 돼지와 칠면조가 혼사하는 상황에서 H1N1과 H3N2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칠면조로 자주 전파되는 경우이다. 지리적으로 국한된 숙주 분포, 혼사, 일령, 조류 사육밀도, 기후, 온도 등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능력과 감염 빈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금 농장(원발 농장)으로 처음 유입되는 일차 전염원으로는 다른 감염 가금류, 수생조류(철새 등), 돼지, 애완조류 등이 있다. 이들 각 전염원들과 관련되어 있는 상대 위험도는 가금류와 직접, 간접 접촉 가능성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먼저, 다양한 조류종이 거래되는 재래시장의 경우 저병원성 및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가금 농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일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사례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이론적으로는 공기 전파에 의해 질병 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1983〜1984년 미국 펜실베니아 H5N2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당시 발생 농장으로부터 바람방향으로 45m 떨어진 거리에서 엄청난 양의 공기를 채집해서 바이러스 검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것은 계군 간 질병 전파에 있어서 공기 전파는 기계적 전파(장비, 의복, 신발 등)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어떤 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먼지 입자가 질병 전파에서 잠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공동 임대 장비를 사용하든가, 운송 차량 소독과 적절한 사체 밀봉조치를 취하지 않고 발생 농장으로부터 폐사체를 매몰지로 이동하는 경우 질병 전파 위험이 매우 높다.
둘째, 야생조류(특히 수생조류)는 인근 가금농장 안으로 AI바이러스(특히 저병원성 AI바이러스)를 유입시키는 전염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가금류가 야생오리의 오염 분변과 직접 접촉하든가 또는 조류 분변으로 오염된 사료와 식수 오염을 통하여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야생 수생조류로부터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금류로 전파될 잠재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가금 계군과 야생조류들 간 격리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미영
